검찰개혁 '마지막 단계' 강조한 文…추·윤 사태 '블랙홀'!???,,
文대통령, 사실상 대국민 사과…"정국 혼란 매우 죄송"
"민주주의와 개혁 위한 마지막 진통 되길 간절히 바라"
秋·尹 직접 거론은 피해…징계위 개입 의식 신중 선택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 재확인
"노력 결실 맺는 마지막 단계 이르러"…공수처 등 지칭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사태 보름 만에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정 운영의 모든 이슈가 더이상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엿보인다.
나아가 오는 9일로 목표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행정부 수반으로서 보름째 갈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도의적 책임 차원의 일종의 '매듭'을 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에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며 "한편으로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둘러싼 사태를 언급하는 대신에 '혼란스러운 정국'이라는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대한 직접 개입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신중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둘 다 본인이 직접 임명한 고위공직자라는 점에서 고심의 일단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또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어 나간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했다. 수위와는 무관하게 윤 총장 징계위가 개최되고, 논의를 통해 내려진 결론을 집행할 경우 검찰 개혁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진행해 온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권력기관 개혁의 당위성과 명분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차기 정부로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임기 내 매듭짓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위대한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성장한 한국의 민주주의도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마지막 숙제를 풀어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권력기관 개혁은, 남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했다"며 "과거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우리 정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에 흔들림 없이 매진했다"며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결실'과 '마지막 단계'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롯해 경찰청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통과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지난 7월 출범했어야 할 공수처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반대에 '개문발차'도 못한 채 무산 위기에 놓이자 야당 비토(veto·거부권)와 무관하게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 오는 9일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여당은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이를 통한 대공수사권 이관 등을 골자로 마련된 경찰청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역시 검찰 견제를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 법안의 일환으로 공수처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과제 추진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8·9 개각 때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 10월과 11월에 걸쳐 각각 한 차례씩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3일 당시 조국 장관이 법무부 차원의 검경수사권 조정안 마련 직후 사의를 표명한 이튿날 주재한 수보회의 모두 발언에서 "조 장관과 윤 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19일 'MBC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에서 조 장관 임명과 관련된 질문에 "인사 문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며 "다시 한 번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 사태를 두고 사과하게 된 배경으로는 취임 후 역대 최저치 지지율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 최근 상황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14일 당일에도 사과한 바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12월 1주차 주중 집계(11월30일~12월4일)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6.4%포인트 내린 37.4%(매우 잘함 20.9%, 잘하는 편 16.6%)로 나타났다. 조국 사태 때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 10월 2주차 리얼미터 주간집계 지지율 41.4%보다도 4%포인트가 낮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응답률 4.4%).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12월1주차(1~3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만이 긍정 평가를 했다(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응답률 15%). 이 역시 갤럽기준으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역대 최저치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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